흥덕왕 (興德王) : 앵무새 이야기

삼국유사 (三國遺事) :  흥덕왕 (興德王)과 앵무새

"수컷은 거울 속의 제 그림자를 보고, 자기 짝을 얻은 줄 알고 기뻐하며, 거울을 쪼아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 것임을 깨닫고는 다시 슬피 울었다. 수컷은 결국 울다 지쳐, 죽었다"

신라 42대 "흥덕왕 (興德王ㆍ재위: 826~836)과 앵무새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짧지만, 인상 깊은 설화입니다. 이야기는 "왕"의 애틋한 "부부애ㆍ고독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당시 신라 왕실의 "정서ㆍ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흥덕왕"의 개인적인 "슬픔ㆍ고뇌"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그의 "지극한 부부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설화입니다. 이는 "삼국유사"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당시 사람들의 감성과 삶의 면모를 담아낸 귀중한 문헌임을 다시한번 일깨워줍니다.

1. 흥덕왕 (興德王)과 앵무새 이야기

① 앵무새 1쌍의 선물

"흥덕왕"이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어떤 사람이 "앵무새 1쌍"을 구해, 왕에게 바쳤습니다. "앵무새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고 다정하게 지내며, 왕과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② 암컷의 죽음ㆍ수컷의 슬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암컷 앵무새"가 죽고 말았습니다. 홀로 남게 된 "수컷 앵무새"는 너무나 슬피 울었고,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왕이 아무리 맛있는 먹이를 주어도 "수컷"은 먹으려 하지 않고, 종일 슬픈 소리로만 울어댔습니다.

③ 거울ㆍ허상

"흥덕왕"은 짝을 잃고, 슬피 우는 "앵무새"를 너무나 가엽게 여겼습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수컷 앵무새" 앞에 큰 거울을 걸어두게 했습니다. "앵무새"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죽은 "암컷 짝"인 줄 알고 기뻐하며 거울을 쪼아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거울 속 모습이 진짜 "짝"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임을 깨닫자, "앵무새"는 더욱 슬프게 울었습니다. 결국 "수컷 앵무새"는 울다가 지쳐 죽고 말았습니다.

④ 왕의 노래

"앵무새"가 죽는 모습을 본 "흥덕왕"은 크게 감탄하고 슬퍼하며, 노래를 지었다고 합니다. 비록 그 노래의 가사는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지만, "왕"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2. 설화의 의미ㆍ"흥덕왕"의 부부애

단순한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흥덕왕" 자신의 비극적인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① 왕비의 죽음ㆍ왕의 슬픔

"삼국사기ㆍ삼국유사"에 따르면, "흥덕왕"은 재위 첫해 12월에 사랑하는 왕비 "장화부인 (章和夫人)"을 잃었습니다. "왕"은 왕비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슬퍼했으며, 이후 "재취"를 하지 않고, 궁녀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하들이 여러 차례, 새 왕비를 맞아들일 것을 간청했지만, 왕은 "외짝 새도 제 짝을 잃은 슬픔이 있거늘, 하물며 훌륭한 배필을 잃고서 어찌 차마 무정하게 곧바로 다시 아내를 얻겠는가?"라고 말하며, 끝내 거절했습니다. 죽어서도 "왕비의 무덤"에 합장되기를 원했으며, 이는 오늘날 "경주 흥덕왕릉"에 그의 유해가 합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② 앵무새ㆍ왕의 동병상련

짝을 잃은 "앵무새"의 슬픔이 곧 왕비 잃은 "흥덕왕" 자신의 슬픔과 고독감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앵무새"가 거울 속 허상을 짝으로 착각했다가 절망하는 모습은, "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잃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애절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왕"은 "앵무새"를 통해, 자신의 고독한 처지를 투영하고, 그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③ 일편단심의 상징

"흥덕왕"의 지극한 "순애보ㆍ일편단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회자됩니다. "왕"으로서 여러 후궁을 둘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 왕비만을 사랑하고 그녀가 죽은 후에도 다른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며,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습니다.

④ 권력ㆍ인간미의 대비

최고 권력자인 "왕"이 "미물 (앵무새)"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 슬픔이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왕"에게도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왕"의 신성함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3. "흥덕왕"의 다른 업적

앵무새 설화는 흥덕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지만, 그는 통일신라 시대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한 중요한 왕이기도 합니다.

① 장보고 (張保皐)ㆍ청해진 (淸海鎭) 설치

재위 3년(828년), "장보고"를 등용하여, 해상 무역의 거점인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해상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신라의 대외 교역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② 사치 금지령

사회에 만연했던 "사치"를 경계하고, "사치 금지령"을 내려,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고, 건전한 사회 기풍을 확립하고자 노력했습니다.

③ 차 (茶) 문화 장려

"당나라"에서 들여온 "차" 재배를 장려하여, "하동 (河東) 지방"에 "차 시배지 (始培地)"를 조성하는 등 "차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