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三國遺事) : 효소왕 (孝昭王)
"왕거인은 난세를 맞이하여, 초야에 묻혀, 조용히 글을 읽으며, 지내던 당대의 문인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라를 비방하는 글을 지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왕거인 (王巨人)" 이야기는 신라 32대 "효소왕 (孝昭王ㆍ재위: 692~702)" 때의 설화로, 한 의로운 백성이 억울하게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당시 신라사회의 "미신적 믿음ㆍ재앙의 징조ㆍ왕의 통치력"과 관련된 인식을 보여줍니다. 설화는 비록 짧지만, 신라시대 "왕실의 불안정한 상황ㆍ백성들의 미신적 믿음ㆍ당시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이해하는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이야기입니다.
1. "왕거인 (王巨人)"의 등장ㆍ불길한 꿈
① "동지 (冬旨)"라는 우물ㆍ상서로운 이름
당시 "경주"에는 "동지 (東池)"라는 연못 옆에 깊은 우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우물의 물이 갑자기 차올라 넘쳤는데, 이 물이 솟아오른 기운이 마치 "용 (龍)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우물에 특별한 기운이 있다고 여겨, "왕거인 (王巨人)"이라는 상서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② 왕의 불길한 꿈
"효소왕"은 이 우물에 대한 소문을 듣고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왕"은 "용의 뿔이 동지 밖까지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길한 징조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왕은 이 꿈을 매우 불길하게 여겼습니다.
2. 재앙의 징조ㆍ"왕거인 (王巨人)"의 처형 위기
"왕"의 꿈과 "우물"의 이름이 맞물리면서, "왕거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왕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① "왕"의 의심ㆍ불안
"왕"은 우물의 이름 "왕거인"이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왕 (王)"이라는 글자가 "왕"의 칭호와 같고, "거인 (巨人)"은 마치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왕"은 이러한 불길한 징조가 자신의 "왕위를 빼앗으려는 시도"와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는 곧 "우물의 상서로운 기운이 아니라, 재앙의 징조"로 변질되었습니다.
② "왕거인"의 처형 명령
"왕"은 신하들에게 명하여, "왕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처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름 하나 때문에, 무고한 백성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3. 기적적인 구원ㆍ진정한 "왕거인"
① 의로운 사내의 등장
이때, "왕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내(백성)가 나타나게 됩니다. 명령을 받은 신하들이 "왕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성을 찾아내어, "왕"에게 끌고 왔습니다. 이 사내는 자신의 이름 때문에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매우 억울하고 절망스러웠을 것입니다.
② 노인의 조언
이때 한 늙은 노인이 나타나 "왕"에게, "폐하, 저 사내는 진정한 "왕거인"이 아닙니다. 진정한 "왕거인"은 저 "동지 (東池)"에 있는 거대한 거북입니다. 저 "거북"이 재앙의 근원이니, 저 거북을 처형해야 합니다"라고 아뢰었습니다. 노인은 동지의 "왕거인"이라는 우물이 사실 "거북을 의미한다는 것"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③ 거북의 처형ㆍ변괴
"왕"은 노인의 말을 듣고, 그 백성 대신 우물 속의 거대한 "거북"을 잡아 처형하도록 명했습니다. "거북"을 잡아서 처형하자, 놀랍게도 그 순간 우물에서 피가 솟아오르고, 천둥과 번개가 치며, 짙은 안개가 사방에 자욱해지는 등 엄청난 변괴가 발생했습니다.
④ 왕의 깨달음ㆍ은혜
"왕"은 이러한 기이한 현상에 놀랐고, 비로소 자신이 꿈꾸었던 "용의 뿔"과 우물의 이름 "왕거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무고한 백성을 죽일 뻔했음을 반성하고, 자신을 깨우쳐 준, 노인의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왕"은 무사히 살아남은 "왕거인"이라는 백성에게 크게 은혜를 베풀고, 높은 벼슬을 내렸다고 합니다.
4. 설화의 의미ㆍ가치
① 미신적 믿음ㆍ재앙의 징조
당시 사람들은 "왕"의 꿈이나 우물의 이름과 같은 사소한 현상에서도 불길한 징조를 읽어내고, 이를 실제적인 재앙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고대 사회의 강한 "미신적 믿음ㆍ재앙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합니다.
② 왕권의 불안정성
"효소왕"이 자신의 이름을 가진 우물이나 사람에게 위협을 느끼고 처형 명령까지 내린 것은, 당시 "왕권의 불안정성ㆍ왕의 신경쇠약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왕"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으려 했으며, 이는 "왕위 쟁탈전"이 심화되던 신라 중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③ 지혜로운 노인ㆍ민중의 역할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노인의 등장은 당시 민중 속에서, 지혜와 깨달음이 발현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고, "왕"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백성의 "지혜ㆍ목소리"가 왕에게 전달될 수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④ 자연의 신성성
"우물ㆍ용ㆍ거북ㆍ천둥ㆍ번개" 등 자연의 요소들이 "설화"의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특히 "거북"이 신성한 존재이자, 재앙의 근원으로 그려지는 것은, 당시 신라 사람들이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고, 자연 현상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음을 보여줍니다.
⑤ 불합리한 통치ㆍ교훈
이 설화는 이름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했던 "왕"의 불합리한 통치와 결국 진정한 재앙의 근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왕이 깨달음을 얻는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ㆍ민중의 지혜"가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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