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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전시 • 축제

뮤지컬 : 긴긴 밤

by 당대 제일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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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와 위로를 노래하는 깊은 서정, 창작 뮤지컬 ‘긴긴 밤’ >

한국 창작 뮤지컬 ‘긴긴밤’은 화려한 무대나 스펙터클한 연출보다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입니다. 루리 작가의 동명 소설 『긴긴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동물들의 시선을 통해 삶과 죽음, 상처와 회복, 연결과 공존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2023년 9월 한예종에서 리딩공연이 있었고, 2024년 정식 초연 이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입니다.

1. 어른을 위한 동화, 혹은 아이를 위한 철학

‘긴긴밤’은 겉으로 보기엔 동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코뿔소 ‘노든’과 '펭귄'입니다. 서로 너무도 다른 생김새와 배경을 가진 이 두 동물이 절망의 시대를 함께 건너며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가는 여정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와 행동, 선택 속에는 인간 사회에 대한 은유와 철학적인 질문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노든은 과거 전쟁의 상처를 지닌 존재로, 육체적 트라우마와 외로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초라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기다리며 혼자서 세상을 견뎌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둘은 폐허가 된 동물원에서 우연히 만나, 긴 겨울밤과 같은 시기를 함께 살아갑니다.

2. 섬세한 서사와 인물 중심의 무대

뮤지컬 ‘긴긴밤’은 거대한 사건이나 반전 대신,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단 두 명의 주연과 적은 수의 조연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배우의 연기와 대사 하나하나가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마치 문학작품을 무대 위에서 읽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무대는 미니멀하게 구성되어 있으나, 조명과 사운드, 배우들의 동선이 조화를 이루어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눈보라 속의 정적, 혹은 따뜻한 햇살 한 줄기 같은 순간들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3. 서정적이고 따뜻한 음악

‘긴긴밤’의 음악은 작품의 정서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피아노 중심의 간결하고 따뜻한 선율은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심 어린 가창과 가사 전달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요 넘버인 〈긴긴밤〉, 〈우린 바다에〉, 〈수영〉 등은 각기 다른 감정선을 따라가며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는 곡들은 관객들에게 눈물과 위로를 동시에 안겨주는 장면으로,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4. 세대를 넘어 공감하는 이야기

‘긴긴밤’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어린이는 초라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고, 어른은 노든의 아픔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며 “혼자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할 때, 관객들은 자신 역시 이 이야기 속의 누군가와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긴긴밤’은 나이, 배경, 세대와 관계없이 보편적인 공감의 힘을 지닌 작품으로, 실제로 가족 단위 관객은 물론 혼자 조용히 공연을 찾는 관객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5. 창작 뮤지컬의 진심을 보여주는 작품

한국 창작 뮤지컬 ‘긴긴밤’은 대중성보다는 진정성과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상업적인 틀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가슴 깊은 울림과 잔잔한 감동으로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작은 극장에서 조용히 시작된 이 공연이 입소문을 타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이야기와 진심이라는 뮤지컬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긴긴밤은 2025.03.12 ~ 2025.05.25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중입니다.

뮤지컬 ‘긴긴밤’은 누군가에게는 위로, 누군가에게는 희망,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기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길고 어두운 밤을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이 뮤지컬은 조용히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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