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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⑧ 디오게네스 (BC 412)ㆍ알렉산더 대왕과 만남ㆍ현자

by 당대 제일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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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DiogenesㆍBC 412?~323ㆍ89)세)"는 "시노페의 디오게네스ㆍ미친 소크라테스 (플라톤)"라고도 하며, 고대 그리스의 "키니크 학파(견유학파)"의 대표적 철학자로,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거소(居所)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드로스 3BC 356~323 (32)재위 BC 336~323)"이 찾아와 소원을 물었더니,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고 하였다. "알렉산더" 대왕은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였다고 한다.

 

1. 디오게네스 (DiogenesㆍBC 412?~323ㆍ향년 89세)

"시노페"에서 출생하였으며, "안티스테네스(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1명ㆍAntisthenesㆍBC 445~365ㆍ견유학파 창시자)"의 제자이다. 그는 문명을 반대하고, 자연적인 생활을 실천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사후 전설적 인물이 되고, 특히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로부터는 "이상(理想)의 현자(賢者)"로서 추앙되었다.

• 출 생 : 고대 그리스 시노페          • 부 모 : 부 : 은행가          저 서 : 없음몇 개의 대화편과 비극을 쓴 듯하나, 확실치 않다.

그는 방랑 생활을 했고 아무 곳에서나 잠자고 먹고 했지만,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한가롭게 거닐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낮잠 자기 등,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에 도둑질 당할 염려로부터의 해방 같은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철저한 독립성을 획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이 내킬 때 아침 식사를 하게 되지만, 나 디오게네스는 내가 내킬 때 아침 식사를 한다." 남루한 누더기로 몸을 감싸고 다니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잘 차려 입은 사람을 만날 때, 즐거워지는 것은 내 눈이지 그 사람의 눈이 아니다.  그 사람은 나의 남루한 누더기를 보게 되겠지만 나는 그 사람이 걸친 훌륭한 옷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거소(居所)를 "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드로스 3세ㆍBC 356~323 (32세)ㆍ재위 BC 336~323)"이 찾아와 소원을 물었더니,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고 하였다"는 말은 유명하다. "알렉산더" 대왕은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고향인 "시노페"에서 쫓겨나, "아테네"에 와서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었다고 하며, 가난하지만, 부끄러움이 없는 자족생활을 실천하였다. 아버지는 은행가였는데, "화폐 위조"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역시 공범으로 의심받았고, 결국 자신의 고향 "시노페(흑해 연안)"에서 추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혐의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그가 화폐는 물론 화폐로 얻을 수 있는 부에 대해서 경멸하는 태도를 지니게 된 것에는, 이러한 개인적 사연도 한 몫 했을 법하다. 그는 고향 도시를 떠나면서 전혀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도시의 통치자가 그에게 떠날 것을 명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내가 받아야 할 처벌이 그것이라면 나 역시 당신에게 처벌을 내리겠습니다. 당신은 이곳 시노페에 남아 있는 벌을 받으시오!" 결국 그는 이 세계의 방랑 시민이 되었다. 

사회적 지위와 명예, 부를 모두 잃은 셈이었지만, 대신에 그는 자신이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낄 줄 아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평안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결코 끝나지 않은 길고 고통스런 길의 시작이다.  네가 목동이라면, 울타리 바깥의 넓고 푸른 초원이 탐스러워 보일 것이다.  울타리를 넘어 양떼를 몰아 그곳으로 가보라. 또 다시 저 멀리 더욱 푸르고 너른 초원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코 끝나지 않을 방황을 계속할 생각인가? 주위 상황을 바꾸려고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너 스스로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도록 노력하라."

2. 사상 : 금욕적 자족생활ㆍ자연적인 생활

그는 문명을 반대하고, 자연적인 생활을 실천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행복"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욕망을 간단하고도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이며, 그 자연적인 욕구(欲求)는 하등 추한 것이 아니므로, 공공연하게 만족케 하여야 차지(差支)없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것에 대하여 수치심(羞恥心)을 일으키게 하는 풍습이라든가, 소위 문명은 반자연적인 것으로, 이를 무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그의 실생활 표어는 "아스케시스 (askésisㆍ가능한 한 작은 욕망을 가지도록 훈련하는 것)ㆍ아우타르케이아 (autarkeiaㆍ自足ㆍ스스로 만족하는 것)ㆍ아나이데이아 (anaideiaㆍ무치ㆍ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원시적인 "반 문명의 사상"을, 그는 몸으로써 실행하고, 생애에 의복 1벌ㆍ지팡이 1개ㆍ두타대(頭陀袋ㆍ옷가지를 넣어 목에 걸고 다니는 자루) 외에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을 뿐더러, 통(桶)을 거소지로 하여, 많은 일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가끔씩 대낮에 램프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금 정직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중이라오. 대낮인데도 도무지 잘 보이지 않기에 이렇게 램프라도 들고 다니면 보일까 싶어서요." 한 번은 누군가가 그에게 적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적을 친구로 대접하시오. 우정이란 전염성이 무척 강한 놈이라서, 그 적도 얼마 안가 당신을 친구로 대접하게 될 것이오."

날씨가 좋으면 그는 바깥에서 잠을 자곤 했다. "하늘보다 더 좋은 지붕이 어디 있단 말인가, 풀보다 더 부드러운 베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꽃과 나무보다 더 좋은 장식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날씨가 궂은 날이면 그는 커다란 물통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집이란 말인가. 가구도 필요 없고 자물쇠나 열쇠도 필요 없으니 말이야." 그는 각지를 방랑하며 지냈지만, 아테네를 일종의 본거지로 삼고 있었다.

① 생쥐처럼 살기빵 한 조각마다 지혜의 말을 건넨다

어느 날 밤, 그는 생쥐들이 "어둠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잠잘 곳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생쥐처럼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말했다. "운명이라는 덫에 걸리기 전까지 생쥐와 나는 이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겠지." 그는 낡은 천으로 만든 자루 하나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 "온갖 근심걱정을 안고 살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맡겨 두기로 하자. 나는 이렇게 내 집을 어깨 위에 메고 다니면 그만이다." 그는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얻어먹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로 빌어먹은 것은 아니었다. "여러분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나를 거지라 불러도 좋다오. 다만 나는 좀 별난 거지라오. 빵 한 조각마다 지혜의 말을 건네준다오."

② 어리석음

디오게네스는 어리석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는 탁월한 지혜를 통해서만이 인간이 보다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가 생각한 탁월한 지혜의 결과는 다름 아니라,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단순한 삶이었다.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날카롭게 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말로 그가 뜻하고자 한 것은, 삶에서 적게 기대할수록 실망도 적어진다는 당연한 법칙이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진정한 마음의 평안은 많이 소유하는 것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적게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데에서 얻어진다.  적게 구하라, 그러면 너는 얻을 것이요 만족할 것이다.  많이 구하라, 그러면 너의 갈망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③ 삶의 고통

그에 따르면, 모든 고통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 그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부과한 고통과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우리가 고통을 겪는 까닭은 우리에게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통을 유발시키는 자기 연민 탓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든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우리가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 사람 또는 물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요컨대 헤어진 나 자신, 물건을 잃어버린 나 자신에 대한 연민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두려움과 슬픔 따위는 훌훌 털어 버려야 운명의 소용돌이로부터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의 노예가 되지도 말고,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의 포로가 되지도 말 일이다. 지나간 것은 그렇게 지나갔고, 앞으로 닥칠 것은 그렇게 닥칠 것이다. 닥쳐오는 운명과 마주하여,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상대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라. 행복을 향한 지름길이 스스로 자족을 통한 안심과 기성의 가치 및 관행에서 벗어남을 통한 자유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말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욕망을 간소화, 단순화시킬수록 그것을 충족시키기도 쉬워지는 법이다. 단순 소박한 삶은 육체와 영혼에 두루 유익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하고 공평무사하게 세계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단 말인가? 돈을 벌기 위해? 남들로부터 칭송을 받기 위해, 영광을 위해? 나는 그 따위 위조 화폐는 필요 없다."

3. 공통점 : 디오게네스ㆍ소크라테스ㆍ안티스테네스

사실 "디오게네스ㆍ소크라테스(SocratesㆍBC 470(469)?~399)ㆍ안티스테네스(AntisthenesㆍBC 445~365ㆍ견유학파 창시자)" 사이에는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지혜의 시작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안티스테네스"는 스승 "소크라테스"보다 몇 발자국 더 나아갔고, "디오게네스"는 역시 스승 "안티스테네스"보다 몇 발자국 더 나아갔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안티스테네스"는 "너 자신에 대한 앎을 통해, 너 자신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안티스테네스"는 어떤 의미에서 "톨스토이"에 견주어 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떠날 당시 귀족이었던 그는 기성질서의 관행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단순한 "선(善)"을 추구하는 삶을 택했던 것이다. 그는 귀족의 옷을 벗어 던지고 하층민의 옷을 걸쳤으며, 그런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철학을 가르쳤으며, 단순 소박한 삶의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다.

4. 일화

① "알렉산더 대왕"과의 만남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방문하러 왔을 때, 그는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세계를 정복한 사람과 자신의 마음을 정복한 사람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고 계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또 무엇을 가장 바라시겠습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가장 바라시겠습니까? 아마도 온 세상을 모두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도 좀 쉬면서 즐겨야 하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 좀 쉬면서 즐기시지 않습니까?"

"알렉산더 대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아! 그러시다면 제발 몸을 좀 비키셔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주시겠습니까?  해와 저 사이를 가리고 있는 폐하의 그림자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구나." 그냥 넘어갈 디오게네스가 아니었다. "제가 디오게네스가 아니라면, 폐하만 아니라면 그 어떤 사람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이처럼 두려움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었다. 목숨 이외에는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의 삶은 이미 운명에 저당 잡혀 있었다.  그러니 바로 지금 빚을 갚게 되든, 나중에 갚게 되든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전설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더 대왕"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저승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강에서 만났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알렉산더 대왕"이 말했다. "다시 만났군. 정복자와 노예가 말이야." 디오게네스가 대답했다. "그렇군요. 다시 만났군요. 정복자 디오게네스와 노예 알렉산드로스가 말입니다. 정복을 향한 열정의 노예였던 당신과 모든 열정과 욕망을 정복한 정복자 이 디오게네스가 말입니다." 대화를 마친 그들은 강을 건너 불사의 신들이 사는 땅에 도착했다. 도착하기까지 길을 이끈 것은 물론 디오게네스였다.

② 스승 "안티스테네스(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1명)"과의 만남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안티스테네스"가 "아테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남루한 옷차림의 젊은 거지 하나가 교실로 들어와,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겠다고 우기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모두 그를 비웃으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당장 나가! 이 더러운 개야!ㆍ거지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ㆍ어서 내보내!". "안티스테네스"는 사뭇 점잖은 태도로 그러나 단호하게 그 젊은 거지에게 나가 달라고 말했으나 거지는 막무가내였다.

"저들은 나를 거지라고 부르는군요. 뭐 좋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개처럼 으르렁대며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철학하는 것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안티스테네스"가 다시 한 번 나가 달라고 말했지만, 거지는 요지부동이었다. "좋습니다. 저를 실컷 때려보십시오. 저는 여기에서 몰아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결국 거지의 고집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학교에 머무를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개 같은 철학자ㆍ빈정거리는 사람"이라 불렀다. 사실 그 거지의 용모 자체가 워낙 더러워, 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관습과 편견을 조롱하며 고집스럽게 물고 늘어지곤 했다. 이 젊은 거지가 바로 "디오게네스"였다.

"안티스테네스"가 "디오게네스"를 받아들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비록 "디오게네스"의 말버릇이 무척 노골적이기는 했지만, "디오게네스"가 "안티스테네스" 자신의 생각을 투박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그의 제자들도 용모나 행동이 괴상하지만, 무척이나 통렬하고 날카로운 동창생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문자를 사용하기를 꺼려했다. 그는 동창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들은 왜 오디세우스의 고통을 읽느라 시간을 허비하는가? 정작 자네들 자신의 고통은 돌보지 않으면서 말 일세" 그는 동창생들이 악기 연주를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리라를 퉁기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군 그래. 음률을 고르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제발 자네들의 영혼의 조화를 고르는데 힘써보게나." 웅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웅변가들을 보게나. 말끝마다 다른 사람의 죄와 부정을 들추어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죄와 부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군."

③ 욕망과 운동경기

그는 "아테네 거리"에서 그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특유의 어투로 지혜의 말을 전하기도 하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아무하고나 거리낌 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사귀곤 했는데, 특히 극장이나 경기장을 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은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도 지금 운동 경기를 구경하러 가는 길입니까?" 그러자 그가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지금 경기를 하러 가는 중입니다." 물은 사람이 비웃으며, 다시 물었다.  "도대체 누구와 경기를 하십니까?" "바로 나의 기쁨 그리고 고통과 경기를 하지요.  수시로 덤벼드는 욕망과 한 바탕 붙어 레슬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십니까? 그 녀석을 붙잡아 땅으로 팽개쳐 버릴 때의 그 상쾌함이란!"

④ 스파이

이미 언급했듯이 그는 아테네 거리에서 빵 한 조각을 구걸하면서, 대신에 지혜의 말을 건네주곤 했는데, 어느 날 거리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이 있었다.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스파이입니다." 물었던 사람은 순간 긴장했다. 그리고 무슨 활동을 하는 스파이인지 다시 물었다. "나는 이 세상의 어리석음과 부 정직을 감시하는 스파이라오."

⑤ 구걸

구걸이 신통치 않으면 굶주리게 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개와 철학자야말로 가장 큰 선을 행하는 존재지. 바라는 것도 가장 적고, 실제로 얻는 것도 가장 적으니 말이야." 그는 거리에 서 있는 대리석상을 향해 구걸하기도 했다. 그 이상한 행동에 대해 묻는 사람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지금 돌의 마음과 만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오.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만나기 힘드니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가 보여준 삶의 단순 소박함은 결코 과장이나 꾸밈이 아니었다. "에픽테투스"의 말을 빌리면, "자애로운 박애의 정신을 지닌 한 인간"의 무척이나 실천적인 가르침이었다.

⑥ 위조 화폐

사실 "디오게네스"는 "위조 화폐"에 대하여, 남다른 감정을 가질 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기성의 가치를 맹종하지 말고 전혀 다른 각도, 다른 기준에서 판단할 것을 역설했다. "지금 세상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바꾸어야 해.  갖가지 편견으로 점철된 가짜 화폐를 폐지하고, 인습의 낙인도 지워버려야 해.  장군이니 왕이니 귀족이니 하는 낙인들, 명예니 지혜니 행복이니 부니 하는 낙인들.  그런 거짓된 것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⑦ 해적과 만남

한 번은 해적들에게 잡힌 적이 있었다. 해적들은 디오게네스를 노예 시장에서 팔아넘기려 했다. 노예를 사러 온 사람들을 향해 디오게네스는 큰 소리로 외쳤다. "노예들이여 어서 이리로들 오게나. 빨리 와서 이 주인을 사가게나.“ 그의 말과 행동에 놀란 해적들은 디오게네스를 자신들의 소굴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디오게네스는 잠시 동안 해적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이 일을 두고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에게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바다의 해적들을 가르치는 일이 육지의 기생충 같은 인간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못할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를 붙잡아 두었던 해적들도 그에게 빵을 주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혜의 말을 건네받고, 그 대가로 디오게네스를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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