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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 고사성어• 고전• 속담/탈무드 (Talmud) 이야기

탈무드 : 안식일의 향료

by 당대 제일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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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어느 안식일 오후, 로마 제국의 황제가 유대의 유명한 랍비와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 불쑥 랍비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황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었고, 랍비와의 대화를 즐겼기에 사전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식일은 유대인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불을 피우거나 음식을 새로 조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랍비는 새 음식을 내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아있던 안식일 음식들을 정성껏 차려 황제를 맞이했습니다. 황제는 그 소박한 음식들을 매우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황제는 떠나며 말했습니다. “랍비, 오늘 참 좋은 시간이었소. 다음 수요일에 다시 오겠소.” 랍비는 대접이 부족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수요일에는 신선하고 풍성한 음식들을 준비하라고 하인들에게 지시했습니다. 고기와 생선, 과일과 포도주를 아낌없이 차려내며 성대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황제도 다시 찾아와 그 자리에 앉아 음식을 맛보았고, 매우 만족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황제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습니다. “이상하군. 지난 안식일에 먹었던 음식이 더 맛있었던 것 같소. 혹시 그날은 어떤 특별한 향료를 사용했던 것이오?”  랍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폐하, 그날 음식에는 ‘안식일’이라는 향료가 들어 있었지요. 안식일만의 기쁨과 평화,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그 음식에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황제는 흥미롭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어떤 향료라도 구할 수 있는데, 그 향료는 나도 가질 수 없다는 말이오?”  랍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우리 유대인에게 특별히 주신 선물입니다. 그날만의 분위기, 기도, 찬송, 그리고 쉼의 정신은 다른 날에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것입니다. 그것은 물건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 교훈

이 이야기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가치가 더 깊고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로마 황제는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진 사람이었지만, 안식일 음식에 깃든 특별한 맛을 물질로는 도저히 다시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쉼’과 ‘감사’, 그리고 ‘경건한 시간’이 음식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의 음식은 단지 요리된 음식이 아니라, 그 날의 의미와 함께하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했던 것입니다.

삶에서 진정한 맛과 향기는 소유나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비싼 재료와 정성을 들인 음식도, 그 속에 감사와 평화가 없으면 깊은 만족을 줄 수 없습니다.

 

3. 마무리

오늘날 바쁘고 경쟁이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는 안식일처럼 멈추고, 자신과 가족, 공동체, 신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종종 잊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쉼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입니다.

안식일이라는 ‘향료’는 유대인만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음의 쉼을 갖고, 하루쯤은 고요한 기쁨 속에 머무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식탁 위의 음식까지도 새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진정한 향료는 마음의 평안과 감사에서 나온다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의 깊은 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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